[온통 스포일러] 배트맨대 슈퍼맨 푸념

상당히 주관적인 글이라, 다른 분들의 생각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상당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은 뒤로 돌아가시기를 권합니다.


솔직히 글 대부분을 가감없이 평가하자면

"나의 슈퍼맨과 배트맨은 이러치 않다능"

이라는 열폭이니 보시기 불편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뒤로가기 누르셔도 됩니다^^





















영화를 보고 난 제 심정.



후...

전 사실 마블보단 DC쪽 캐릭터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는 슈퍼맨과 배트맨이었죠.


맨오브스틸도 꽤나 재밌게 봤었죠.

혹평은 많았지만 그 시원시원한 액션과

재해석한 슈퍼맨의 캐릭터도 상당히 맘에 들었더랬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 정말 기대가 대단했었습니다.


아....

도대체 제가 뭘 본 건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평에 이런 평이 있었죠?


"영화에서 싸우는 것은 다크 나이트와 슈퍼맨이지만, 지는 것은 관객이다."


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느껴지는 것은

진한 패배감이었습니다.

정말 저 평에 공감이 가더군요.


슈퍼맨이나 배트맨은 단순한 액션영화이기 이전에

굉장한 캐릭터영화이기도 할 것입니다.

액션영화 한 편 잘 보고나서 무슨 찌질한 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한 번 풀어보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불만은 

도대체 얘네들이 슈퍼맨과 배트맨이 맞나? 라는 의문입니다.



우선 배트맨을 볼까요?

캐릭터에 대한 해석은 항상 변화하기 마련이긴 합니다.

그래도 배트맨같은 유명한 캐릭터는 바꾸기 힘든,

굵직한 캐릭터성은 있을 것입니다.


전 배트맨의 기본 캐릭터는 "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트맨의 초기 별명을 아시나요?

바로 "세계 제일의 명탐정" 이었습니다.


배트맨도 엄청나게 육체를 단련하고 전투 기술도 출중합니다만

일반 인간이라는 한계가 있는 이상 히어로들에 비하면 약한 편입니다.

그런 배트맨이 히어로들 사이에서 중요한 위치인 이유는 뭘까요?

바로 누구보다도 철저한 이성이 그 근간이라 생각합니다.

마블의 아마데우스 조 같은 소위 말하는 "천재"는 아닐지라도,

육체가 딸리면 장비로 땜빵하고, 치밀한 작전으로 극복하죠.

박쥐라는 공포를 적에게 심어주는 것 역시 계획적인 행동입니다.

배트맨의 행동은 철저한 이성이라는 바탕 위에 폭력이 이루어집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인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는 배트맨에게

다른 히어로와는 다르게 공감할 수 있죠.


하지만 돈옵저의 배트맨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매체에서의 그런 이성적인 모습은 어디가고

슈트를 입고 깽판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모습만 나옵니다.

오히려 알프레도가 그런 배트맨을 제어하고, 이성적인 면을 담당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슈퍼맨과의 싸움을 결정하는 과정 역시 참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결정에 이르기 까지 배트맨이 보는 자료라고는

그냥 슈퍼맨때문에 피해를 본 한 직원의 한탄?

게다가 그 한탄들은 슈퍼맨을 향한게 아니라 브루스 웨인을 향한 것이었는데?


좀 과격하게 표현을 하자면

"슈퍼맨에게 열폭해서 너죽고 나살자라고 덤벼드는 찌질이" 같았습니다.


거기다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배트맨의 기본은 불살이었습니다.

총기에 대한 트라우마로 총기도 제한적으로 사용하던 배트맨이

여기선 아예 일부러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람을 죽이는데 주저함이 없더군요.


덕분에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평범한 캐릭터가 되어 버렸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 다크히어로에 가까운 입체적인 캐릭터가

그냥 현질로 나쁜놈들 때려잡는 오직 나만 옳은 정의 찌질이가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만약 마블의 영화처럼 배트맨이 자신의 단독 영화가 있어

캐릭터에 대한 밑밥과 설정을 깔아두었다면 몰라도

갑자기 저스티스리그에 등장해서 하는 행동들에 대해 정말 공감하기 힘들었습니다.



슈퍼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맨오브스틸을 거친 만큼 배트맨보다는 차라리 좀 낫긴 합니다.

기존의 슈퍼맨과 달리 바뀐 설정들에 대해 설명할 기회는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슈퍼맨은 최강의 히어로에 꼽히는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초월적인 자이기에 슈퍼맨일 것입니다.

하지만 돈옵저에서 나온 슈퍼맨은 역시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졸라 짱쎈 썅놈" 입니다.


다른 히어로들과의 밸런스 조정을 위해 그런 초월적인 면모에 많이 칼을 대긴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이스를 구할 때엔 여전히 초월자이다가

그 외엔 그냥 힘만 쎈 썅놈이 되어버리니 그 간극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여자친구가 인질이 되거나 빌딩에서 떨어지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날아오면서

엄마가 납치당할때는?


슈퍼맨은 힘만 쎄서 슈퍼맨인것이 아니라

인격, 이성, 가치관 등 모든 면에서 이상적인 자이기에 슈퍼맨이었습니다.

하지만 돈옵저에서의 슈퍼맨이 처음 배트맨과 만난 자리에서 한 대사는

힘으로 깽판치는 썅놈 외에 무엇인지요?


자신의 단독 영화가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과 사람들의 기대 사이에서 고뇌한 모습이라거나

슈퍼맨의 현재 상황에 대한 묘사 등도 부족하기에 

도저히 공감하기 힘든 슈퍼맨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감독의 연출력 부족일수도 있구요.



슈퍼맨과 배트맨. 

둘 다 계속되는 재해석을 통해 굉장히 입체적인 히어로가 되었습니다만,

잭 스나이더 감독의 돈옵저에서는 반대로 굉장히 평면적인 히어로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입니다.

여기 나오는 얘들이 내가 알던 그 히어로 맞나? 싶어

영화에 몰입하기 참 힘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뭐랄까 참 뜬금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렉스 루터는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 스몰빌처럼 슈퍼맨과 동향에 오랜 친구라는 설정도 아닌 것 같은데

슈퍼맨과 배트맨의 정체를 죄다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계 우주선에서 정보도 술술 잘만 빼오고, 둠스데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막판엔 새로운 외계의 존재도 알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죠.

근데 어떻게 알았냐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건 뭐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_=

그러면서도 자신을 지키거나 뒷감당을 위한 계획따위 어디에도 없습니다.

둠스데이가 태어날 때도, 슈퍼맨이 막아주지 않았으면 애초에 털려 죽었겠죠.

렉스 루터라기보단 죠커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렉스의 비서는요?

계속 모습을 비추면서 뭔가 비중이 있을 것 같이 보이다가도

그냥 허무합니다.


로이스와 장군의 추적은?

고작 렉스 루터가 흑막이다 라는 장치일 뿐인가요?


뜬금없는 핵공격 등 영화 내내 개연성도 없고, 복선도 아닌 뜬금포만 대폭발합니다.



또 계속되는 슬로우모션도 좀 걸립니다.

뭐 감독의 스타일일수도 있습니다만

반복되는 "마사"의 강조. 늘어지면서 시간을 잡아먹는 슬로우 모션.

솔직히 캐릭터를 묘사하고 스토리에 개연성을 잡아주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별로 중요하지 않는 요소에 다 날려먹었다는 인상입니다.



그리고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DCEU(DC 확장 유니버스)의 차이일수도 있습니다만

인간에 대한 존중에 대한 시각이 좀 껄끄러웠습니다.


마블의 영화에선 히어로들은 항상 일반인을 중요시합니다.

아이언맨이든, 토르든, 스파이더맨이든.

마블의 히어로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일반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게 단순히 주인공의 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라 하더라도

세계관 전체를 가로지르며 사람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DC는 어땠나요?

히어로들은 있는데, 사람들은 옆에서 마구 쓸려나갑니다.

그런 희생을 막아야겠다는 의지는 눈씻고 봐도 안보입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희생인가요?

아니면 스펙타클한 파괴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신경 껐나요?

이러한 모습은 조금 불편한 느낌을 주더군요.


뭐 이런 모습이 이 세계의 정체성이라면 불만은 없습니다.

그런 세계에서 맛깔나게 잘 그려나가면 되겠죠.

근데, 배트맨이 슈처맨과 대립하게 된 시작이 뭐였죠?

일반 시민들이 희생되는 모습에 슈퍼맨에게 불만을 가졌던것 아닙니까? 그게 영화의 시작이었구요.

근데 그랬던 배트맨이 뒤로 가니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둠스데이를

크립토나이트 창이 있는 도심으로 끌고가네요?


이거 뭐지? 싶었습니다.

둠스데이의 대량 광역파괴행위를 못 본 것도 아닌데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도심에, 고장 창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겠다고 

그 재앙을 도시로 끌고갑니까? 그냥 혼자 얼른 가서 창 가져오고 말지.


차라리 그냥 창을 가지러 가는 배트맨에게 둠스데이가 위험을 예지하고 추적한 거라면 몰라도

아예 배트맨이 위험요소를 일반 시민에게 끌고 가는군요.

이놈들 미친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슈퍼맨의 최후도 정말 불만이었습니다.

뭐 원작에서 둠스데이가 슈퍼맨을 죽이는 빌런이긴 합니다만

슈퍼맨은 영화 내에서 2번 골로 갑니다.

둠스데이를 우주로 끌고와서 핵미사일 맞고 한 번.

마지막에 둠스데이에게 당해서 또 한 번.

슈퍼맨이 무슨 데드풀도 아니고 ㅡ.ㅡ


거기다 마지막에 슈퍼맨이 부활할 것이라는 복선을 팍팍 까는데

브루스 웨인과 원더우먼의 대화 등등과 너무 이어지지 못한 느낌입니다.

이럴거면 뭐하러 슈퍼맨을 그리 털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이 외에도 소소하게

케빈 코스트너 옹의 모습이 반가웠다거나

최애배우 제레미 아이언스의 비중이 너무 낮아 안타까웠다거나 

데우스 엑스 "마사" 라거나

원더우먼 킹왕짱 이라거나 등등 있지만 소소하다 싶습니다.



사실 전 시빌워 보다 돈옵저를 훨씬 기대했었습니다.


근데... 근데... 전 패배했어요.

흑흑


이 쓸데없이 긴 글을 보셨다면 돈옵저를 보신 분일겁니다.

여러분은 재미있으셨나요?


덧글

  • 동굴아저씨 2016/03/25 11:33 # 답글

    잭 스나이더는 비쥬얼 중심의 감독이니까요.
    써커 펀치도 그랬고 다른 여화들도 그렇고 오로지 비쥬얼 적인 것만 신경쓰는 것 같은 정작 스토리에는 뭐 이렇게만 해두면 되겠지라는 느낌?
  • 흙바람 2016/03/25 11:39 #

    동굴아저씨님의 글도 잘 보았습니다.
    확실히 비쥬얼면에선 나무랄데 없었죠.
  • SouL 2016/03/25 15:28 # 삭제 답글

    결과적으로 .. 안보면 되나요? ㄷㄷ
  • 흙바람 2016/03/25 15:30 #

    비쥬얼은 확실히 멋지니, 취향에 따라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 전뇌조 2016/03/25 16:53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보고 나니 이 영화로 포스팅하는 분들 글 보는 재미가 엄청나게 쏠쏠합니다.
    정말 대단한 건, 까는 내용이든 칭찬하는 내용이든 공감 안 가는 부분이 하나도 없어요!
    조금 다른 시야에서 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진짜 딱 내 감상이랑 너무 똑같아서 놀랄 지경입니다.

    .... 어떤 의미론 이것도 대단하네요.
  • 흙바람 2016/03/28 09:58 #

    그만큼 많은 분들이 큰 기대를 가졌고, 비슷한 부분에서 실망했고, 같은 것을 기대했지 않나 싶습니다^^
  • choiyoung 2016/03/25 20:00 # 답글

    기대만큼 재미는 있지 않았지만 괜찮았어.
  • 흙바람 2016/03/28 09:58 #

    기대가 너무 컷어요 ㅠㅠ
  • rumic71 2016/03/26 20:07 # 답글

    '고담은 내 나와바리!'라는 생각이 배트맨에게 있는 거겠지요.
  • 흙바람 2016/03/28 09:58 #

    근데, 고담과 메트로폴리스는 바로 이웃에 있나 봅니다. +_+
  • rumic71 2016/03/28 20:21 #

    정말 그런듯...
  • 2016/03/27 13:4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3/28 09: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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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좌절 우절 맞절은
이제 그만!!!
힘내잣!!!!!